
요즘들어 현수가 많이 피곤해한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기도 하고 평소보다 빨리 지치는거 같아 이것저것 검사하고 다니고 있다.
이번에 수면검사를 하게 되었다.
집이 아닌 클리닉에서 잠을 자야된다고 하니 현수가 나름 심각하게 물어본다.
‘아빠. 나 혼자서 잘 자긴 하는데 그건 집안에서 잘 자는거고, 집 밖에서는 혼자 잘수 있을까?’
ㅎㅎ 혼자 잘까봐 걱정되었나보다.
아빠나 엄마가 같이 간다고 하니 안심한다.
마침 수면검사 다음날이 내가 쉬는 날이라 누구랑 가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엄마랑 간다고 할줄 알았는데 아빠랑 가고 싶다고 하는게 아닌가? 그렇게 간택당하여(?!)기쁜 마음으로 클리닉에 같이 (끌려가) 자게 되었다.
도착해서 기다리는 동안 벌써 친구를 만들어 이름, 학교 나이등 벌써 신상정보를 다 말해준다.
또 수면테스트 준비해주는 누나랑 재잘재잘 얘기하며 긴장하는 기색 하나없이 웃으며 준비중이다.
그런 현수를 보며 와이프에게 잠깐 전화를 걸어 말했다.
‘현수는 참 사랑스럽게 잘 큰거 같아’
와이프가 웃으며 얘기한다. ‘그럼 누구 아들인데’
마침내 줄을 주렁주렁 달고 방에 돌아와 잘 준비를 했다.
머리부터 발끝, 코 안에까지 뭐를 끼고 자니 불편할텐데 라며 걱정했으나, 불 꺼지고 나서 얼마 안있어 도로롱 코고는 소리가 난다.
나는 조그만 간이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도저히 잠을 잘수가 없어서 그냥 거의 밤을 샜다.
5시즘 불이 켜지자 현수를 깨워 얼른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아직 어두컴컴하다.
새벽길 한산한 도로를 운전하며 현수를 보자 기분이 왠지 좋았다.
‘현수야. 이렇게 새벽에 같이 집에 들어가니깐 좋은데?’
현수도 새벽에 일어났는데도 졸지도 않으면서 참 좋다고 말한다.
집 앞 신호등까지 갔다가 문득 현수가 나랑 같이 새벽길을 운전해 같이 온 이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수야. 집에 들어가기전에 우리 맥도날드에서 뭐좀 먹을까?’
현수가 너무 신나한다.
그래서 집앞에서 굳이 차를 돌려 24시간 여는 맥도날드에 갔다.
새벽이라 안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Drive Thru에서 맥도날드 샌드위치는 시켰다.
현수보고 앞으로 오라고 해서 마주보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맛있냐고 묻자 엄시손가락을 척 올린다.
현수는 이 기억을 언제까지 갖고 있을까?
나는 평생 기억하겠지.
ㅎㅎ 잊지 않게, 매일 매일 얘기해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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